A Cup of Poem ~~ 고년들/전숙

사진: 코리킴

그 년, 이 년, 저 년, 잘난 년, 못난 년
웃는 년, 찡그린 년, 복 터진 년, 지지리 궁상인 년
모두모두 똑같이 노을빛 사금 든 년들

눈꼬리 처진 것 보기 싫다며 사진도 안 박는 년
탱탱한 시간으로 돌려보내달라고 하느님께 뒷돈 바치는 년
아직도 백마 탄 눈먼 나비 꿈꾸는 년
묵은 정 든 동무들과 죽고 못 살다가도
돌아서면 가슴이 서늘한 년

자식들에게 잘 가라고 손 흔들다가
고개 외로 꼬고 눈물 찔끔거리는 년
뷔페에서 뱃살 자랑하면서도
서너 번은 들락거려야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년
거지사위 챙겨 먹이는 월매의 밥상 같은 오지랍 넓은 년
차가운 세월에 흠씬 두들겨 맞은 한 떨기 들국화 같은 년

천지창조의 한 옥타브 올라간 꼬리말
시들지 않는 입담을 피워 올리는 꽃 아줌마, 고년들.

(시더나무 그늘 2012년 창간호: 전남여중고 총동창문인회 중에서)

*** 친구들과 목젖이 다 보이도록 깔깔거리며 웃다가 교련 선생님이 지나가거나 학생과장 선생님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소곳하며 얌전하고 새침떼기 처럼 조신하게 “미라보 덜컹거리던 나무 다리”를 걸어 가던 기억들이 솔솔 생각나는 나이가 되었다. 배우 윤정희 선배가 교정에 방문했을때 감자바위 앞에서 서로 다투어 사진을 찍으려고 했었던 때는 사진 찍는 것도 참 귀한 때였다. 이 시집을 몇 년전 모교인 전남 여고에서 “양쯔강의 눈물” 에 대한 안내 강연이 있었을 때 교장 선생님이 선물로 주신 책을 읽으며 진한 공감이 느껴졌다. 다름아닌 “꽃 아줌마, 고년들” 중의 한 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라일락 향기가 은은하게 봄 하늘을 밝힐 때면, 영산홍 붉은 꽃이 내 눈에 들어와 시간을 멈추게 할 때 정말 “탱탱한 시간으로 돌려보내달라고 하느님께 뒷돈 바치고”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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