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 of the Lost: Battle over GPS

 저희 부부의 봄나들이 그리고 길치와의 전쟁

 

오늘 3월 3일 토요일

저희 부부는 나고야로부터 편도 1차선 국도를 따라 약 100 km 떨어져 있는 게로 (下呂) 온천까지 드라이브를 다녀 왔습니다. 이 지역은 일본 미나미 (南) 알프스 산지로 불리는 지역으로 이름 만큼이나 매우 험준한 산지이고 깊은 계곡을 갖고 있어 경치가 매우 좋은 곳입니다. 산림은 19세기 말 청일전쟁 시부터 군함의 건조 등의 군사용의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서 인공식재한 스기 (한국말로는 삼나무라고 번역하지만 한국에서 말하는 삼나무와는 형태와 크기가 상당히 다른 침엽수의 한 수종입니다) 와 다양한 활엽수가 혼합된 혼합림이지만, 활엽수의 면적은 그리 넓지 않아 스기의 인공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맑은 날씨에 깊은 산골임에도 오후 2시경의 기온이 13도씨에 달할 정도로 매우 온화한 봄날씨였습니다.

드라이브 길의 도중에는 미찌노에끼 (道の駅:한국의 경우라면 국도변의 휴게소) 가 있어 4개의 미찌노에끼를 들르며 그곳에서 판매하는 지역의 채소와 특산물을 구경하기도 하기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요즈음 일본은 한국과 같이 채소의 가격이 매우 비싸거든요.

이번의 드라이브에서 구입한 것을 열거하면, 시금치 2봉지 (베이컨, 시금치, 토마토농축소스를 재료로 한 파스타 조리용 재료), 생 표고버섯 2 봉지 (돼지고기 야채볶음 용), 건조 표고버섯 1 봉지 (다목적 요리용의 비축식품으로 생 표고버섯의 10 봉지에 해당함), 연근 1 봉지 (길이 10 cm 3 개: 약간의 간장, 기름, 물엿을 첨가한 연근요리용), 팥 500 g (팥죽용), 소시지 (지역특산물), 깐 호두 500 g (사고난 후 확인해보니 미국산) 을 구입했습니다. 그 외에 드라이브 중에, 편의점에서 코카콜라 300 ml 한병, 레몬맛 구미 1 봉지, 레몬C캔디 1 봉지, 단팥빵 1 개를 구입하였습니다. 저는 운전 중에 신맛 나는 간식을 무척 좋아합니다.

이렇게 요리재료를 구입은 하지만, 요즈음에는 제가 엄청 게을러져서 아내가 요리를 하라고 하면 졸리는 척도 하고, 아픈 척도 하고, 공부에 집중하면서 아내의 말을 못들은 척도 하고, 심지어는 자는 척도 합니다. 아직도 집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 아내의 자비로움에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드라이브에서 돌아오는 길에 저녁식사로 스시를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2018년 3월 3일 저희 부부의 드라이브에서 해프닝이 펼쳐집니다. 이야기가 무척 난해하고 어려워서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에 모식도를 게재했습니다.

아내는 평소에 다니던 대형수퍼마켓 (그림의 검은 사각형) 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스시집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네이게이션의 목표지점을 평소에 다니던 대형수퍼마켓으로 설정하였지요.

그런데 그 순간에 제 아내는 네비게이션의 목표를 저희집으로 설정하면 될 것을 왜 대형수퍼마켓으로 설정하느냐고 마구 화를 내더군요.

저희 부부는 항상 둘만이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판정을 내려 줄 사람이 없어, 실제로 사실이 입증되기 까지는 좀처럼 해결이 수월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이 유리한 편이지요.

제 아내가 가자고 했던 스시집은, 아내가 말한 것처럼 대형수퍼마켓과 저희 집의 사이에 있기는 하지만, 저희가 드라이브에서 돌아오는 길 (그림의 검은 화살표) 의 도중에 있는 사거리와 대형수퍼마켓의 사이에 위치하기도 합니다.

제 아내는 항상 스시집의 위치를 대형수퍼마켓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림의 파란 화살표) 의 도중에 지나가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드라이브에서 돌아오는 길(검은 화살표) 이라는 것을 무시한 체, 대형수퍼마켓을 출발해서 집으로 향하는 길 (파란색) 으로 생각하고 네비게이션의 목표지점을 저희집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운전을 하고 있는 저를 향해서 엄청나고 풍성하고 강력하게 주장을 펼쳤지요.

‘기름은 얼마나 낭비하며, 시간은 얼마나 낭비하는 것이냐고, 더욱 아내의 말을 들으면 떡이 나온다는 말도 모르느냐’ 는 아내의 호위당당한 주장은 3 회 이상 반복되었습니다.

제가 네비게이션의 목표지점을 대형수퍼마켓으로 설정하고 난 후 30분이 경과해서 사거리를 통과하여 자동차가 대형수퍼마켓으로 향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당연한 것이지만 자동차가 저희집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하자 제 아내의 주장은 더욱 드세고 힘차고 박력을 더해갔습니다.

하지만 사거리를 지나서 5분이 경과하자 저희가 타고 있던 자동차의 우측에 제 아내가 가자고 했던 스시집이 나타났고, 저는 우회전 신호를 기다려 스시집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지요.

도착한 후 저의 아내의 한 말씀 ‘부부끼리 그럴 수도 있지’ 였습니다.

저도 사실은 아내가 너무 강력하게 주장을 해서 조금 불안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순간에 제가 더 이상 말대꾸를 한다면 저의 운명은 다시 급전직하의 풍전등화에 빠지게 될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의 작성이 끝나면 아내에게 검열을 받기로 약속을 하였기에 제가 지금까지 쓴 글 중에서 얼마만큼의 내용이 살아남을지 짐작하기도 힘듭니다. 무력했던 평소의 상황들을 떠올려보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맨 앞에 쓴 ‘오늘 3월 3일 토요일 드라이브를 다녀왔습니다’ 만 남을 수도 있습니다. 각오하고 쓰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 가정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젖먹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저의 하찮은 명예와 위기에 처한 인생을 걸고 저의 아내의 비밀을 밝히자면, 제 아내는 사실 지독한 길치입니다. 자신은 사방을 구분하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저는 육방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방은 동서남북이고, 육방은 사방에 위와 아래를 부과한 것입니다. 때로는 가던 길을 그대로 따라서 돌아올 때 ‘이렇게 좋은 길을 놔두고 갈 때에는 왜 그런 형편없는 길로 갔었느냐’ 고 말하기도 하지요. 한마디로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햔편으로 이런 저의 아내가 저는 무척 행복한 사람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동일한 길을 다니면서도 새로운 길이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어쩌면 인생을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엉뚱한 재능을 가졌다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반면에 저는 제 자신에 관한 것이라서 조금 쑥스럽기는 하지만, 지리에 관해서는 매우 밝은 편이지요. 과거 고교 지리교사 시절에 학생과 동료교사들이 자신들이 처음 가는 행선지에 관해서 몇번 버스를 타고 어디에서 내려야 하느냐를 물어오는 정도였고, 일본생활 중에도 일본인 학생과 동료들이 효율적인 여행계획을 위해서 상담을 요청하는 정도였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여행가이드에는 남다른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아내를 포함한 어떤 타인도 특별히 인정해준 적은 없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자신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일본에서 자동차는 영국과 같이 좌측통행입니다. 정치구조는 영국의 구조를 도입했고, 법제도는 성문법 (대륙법) 으로 독일의 전신이며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프러시아 제국헌법을 근간으로 하였고, 군사체제는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군사체계를 근간으로 하였다고 말해지고 있습니다.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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