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Archives: June 4, 2017

Causation and Freedom, Holistic View <이강화 교수의 일요 문화 산책>

 

인과성과 자유 그리고 총체성

<Korea, GaeMung Univ. Prof. Lee, Kangwha>
문학과 예술은 수용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요구하느냐에 따라서 표현양식과 전달방식이 변해왔다. 예를 들어 전통사회에서 오랫동안 사랑 받아왔던 판소리는 더 이상 효과적인 전달 방식이 되지 못하기에 이젠 이야기꾼들이 사라졌고 표현 양식도 대중의 요구에 따라 조금씩 변형되고 있다. 마치 새로운 현실에 대처하지 못하는 철학이 기존의 무력한 개념과 사고를 계속 사용하다가 사라지듯이 특정 예술 양식이 새로운 상황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소멸되거나 변형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현대미학이 예술사회학과 만나 이룩한 가장 중요한 성과는 바로 ‘어떠한 문화 산물이 특정한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여 예술이라고 불리우게 되며 또 어떻게 사라지는가’를 규명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각 표현방식은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기에 개인적 차원에서 인쇄물인 소설 <춘향전>을 읽느냐 판소리 <춘향가>를 듣느냐는 취향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지만, 특정 시대의 소비자들을 좀 더 효과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구별된 양식은 있기 마련이기에 작가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도 수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예술 생산물을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헤겔은 <미학강의>에서 문학을 시문학으로 한정하면서 그 종류를 서정시, 서사시, 극시로 나누었는데, 이때 소설은 이 세 가지 양식 중 어느 곳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헤겔이 보기에 예술은 총체성의 형식을 지녀야 하며,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서정시는 주관적이며, 서사시는 객관적이며 극시는 종합적인 총체성을 지니고 있다. 이에 반해서 소설은 단순히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산만하게 기술한 것에 지나지 않기에 결코 총체적 예술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헤겔철학이 근거하던 낭만주의가 사라지고 사실주의와 유물론이 대두되면서 근대적 매체로서 소설은 어떤 장르보다 대중성이 강한 예술로서 자리를 잡았다.

소설이 지닌 예술성은 루카치에 의해서 적극적으로 옹호되었다. 루카치는 소설을 서사시, 극시와는 다른 차원에서의 객관성과 총체성을 보여주는 예술 양식임을 강조하였다. 화폐만이 모든 가치를 규정하는 부르주아 시대에 들어서면서 현실 속에 모든 내적 통일성은 사라졌고, 이제는 신조차 상실된 이 시대 사람들에게 고향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 그 고향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이들의 표류는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소설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분열된 시대 속에서의 삶의 모험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독자들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는 것이다. 고전적 서사시에서 영웅이 오랜 모험 끝에 무엇인가를 획득해서 고향으로 되돌아옴으로써 그의 삶이 풍요해진 반면, 소설 속의 근대적 인물은 자본주의적 물신주의 속에서 고향상실과 더불어 삶의 모든 가치조차 상실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정한 투쟁을 통해서 삶의 의미와 정신적인 깊이를 자각한다는 것이다.

루카치가 소설에 부여한 이러한 총체성은 좀 더 다른 의미에서 영화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영화 역시 척박한 자본주의적 현실 속에서 미천한 표현 양식으로 탄생했지만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예술양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이미지 중심의 문화는 새로운 감성구조와 취향을 가진 수용자들을 생산해 놓았고, 소설은 이전의 문자매체 전성기 주체들과는 다른 수용자를 상대하게 되었다. 새로운 세대들은 읽는 것보다는 보는 것을 선호하고, 추상적 사유 대신 구체적인 감각을 요구한다. 이러한 조건에 적응하지 못하는 한 활자매체로서의 소설은 생존경쟁에서 조금씩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영화적 총체성은 이러한 대중적 영향력이라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표현방식과 서술구조라는 차원에서 확인된다. 소설과 영화 두 양식의 차이를 주목할 때 무엇보다도 구별되는 점은 현실을 구체화하고 문제화하는 표현방식이다. 피상적으로 관찰할 때 영상을 통해서 이미지화한 현실이 평면화, 경박화, 파편화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영화는 이러한 이미지를 단순히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고유의 서사적 방식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활자매체로서는 따를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사실성과 현실성을 획득한다.

한편, 영화 이미지가 전통적인 내러티브를 고집하였다면 아직도 그 내러티브의 상투성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들뢰즈의 지적이 잘 말해주듯이 소설과 영화 간의 또 다른 차이는 인과성과 전체성을 드러내는 형식이다. 시, 공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서 인과적 질서를 끝임 없이 변조하고 왜곡하며, 결국 인과성의 파괴로도 연결될 수 있는 영화적 구조야말로 예술적 총체성의 새로운 형식인 것이다. 현대미학이 이러한 질서를 주목하는 이유는 서사구조에서의 이러한 비인과성이 처음부터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전개과정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영화가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정보의 형식에서 뿐만 아니라, 이를 재구성할 수 있는 수용자의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이러한 차원에서 영화적 서사는 단순한 시각적 쾌락 이상의 영상적 사유라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매체가 생존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었기에 소설이 택한 새로운 자구책은 한 때 적대적 관계였던 영상매체와의 공존이었다. 두 매체의 서사 구조의 유사성과 문화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인해서 한 매체에서의 대중적 성공이 흔히 다른 매체에서의 성공까지도 담보해주는 상황으로 인한 것으로 활자와 영상의 이러한 상호 교환은 작가들과 영화 제작자들 모두를 만족시켰다. 이리하여 소비자들은 아직도 활자를 흠모하면서 이 언어적 기호의 추상성과 서사성이 영상 속에서 어떻게 재현되는가를 즐기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 대중매체를 대표하는 영화적 표현과 그 영향력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이전의 엄숙주의와 권유주의가 보장하였던 예술에서의 아우라가 상실된 이 시대에 전통적인 예술 장르들이 어떻게 변형되었는가를, 헤겔과 루카치적인 예술적 총체성이 다양한 대중매체에 의해서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재현되는가를, 그리고 이를 통해서 이른바 탈현대라 일컬어지는 우리 시대의 예술적 사유가 어떠한 자유를 획득하였는가를 이해하려는 우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지적인 선행 작업임은 부인 할 수 없는 것이다.

To be continued~~

 

코리일보/CORE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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